필사 후 감명 깊었던 시
글 수 120
남태평양에 떠 있는 유언
'1964년 3월
제2의 지남호가
남태평양에서 침몰되다.'
남태평양
눈물같은 바다에
친구들이 남겨놓은
모국어는
거기 영원히 꽃봉오리로 떠 있을 것이다.
고향을 떠나던 날 아침에
어린놈들은 약속한 선물의 이름을 생각하며 손을 흔들고
바다는 새벽 까치처럼
꼬리를 쳤다.
한갓 기원으로 부푼 지문 싸인 가슴에 달아준 꽃잎이
아직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제비도 못가는 남태평양
심청이보다도 설운 사람이 간 바다엔
인어의 전설 대신 십자성만 외롭다.
구름은 심정의 마지막 전령
느닷없이 전해진 그 비보는
이땅의 인정을 열 살쯤 난 소년의
주검 앞에 앉은 어머니의 눈으로 만들었다.
낮선 바닷가에 떠도는
남태평양의 조개껍질, 소라껍질들
장난감 대신 때묻은 손가락을 빠는
눈 큰 아이들의 이름이 코가 시리도록 떠오른다.
고향은 파초 잎에도
그림자로 피고
정든 사람은 꿈속에서 산다.
이것은 못다 쓴 일기
대륙 동쪽 한반도
언제부턴가 나비의 눈도 앙칼진 곳
우리들이 한 번도 원한 일 없이
산들의 땅은 양단되고
그리하여 슬프고 가난한
나의 고향
구름이여, 떠가는 배여
지나가다 눈물도 잃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에 들르거든
그들의 귓가에다 이 말을 전해 다오.
남태평양 눈물 같은 바닷속에
모국어를 연꽃으로 피우고
여기 영원히 잠들어 있노라고
잠들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