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원에 내리는 눈(雲)

 

비원의 문은 닫혔는데

달무리 같은 외등이

빈 뜰을 밝히고 있다.

 

나는 어느 이층 창 앞에 앉아서

물결처럼 밀려왔다

장꾼들 같이 헤어져 간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다.

 

바람이 눈 잎을 몰아

등불 밑으로

가라앉는다.

 

비원 뜰에

내리는 눈 소리는

내 어린날

잠머리에서 부르던

어머니의 노래 같다.

 

지금 그 어머니의

무덤에도

눈은 내리겠지,

어머니의 숨소리 같이

작년 겨울 비원 반도지에

내리는 눈을 보고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비원에 내리는 눈은

언제나 쓸쓸하고

적막 하였다.

 

이제 시간이 되면

나도 눈을 맞으며

여기를 떠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