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버 지

 

아버지께서는

산을 사랑하셨다.

언제나 산에 가서 약초를 캐시며

산과 더불어 지내셨다.

 

칠십 고령이셔도

나무를 베어 초막을 짓고

풀을 뜯어 찬을 삼아

마음을 맑히신 다음

성경을 읽으시며

한평생을 지내셨다.

 

여든 셋이 되신 가을

간단한 산행장으로

집을 나가신 후

도중에 병을 얻어

그 병으로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신 다음

내가 바라보는 산 얼굴은

언제나 검고 비감하다.

 

"세상이 괴롭거든 산으로 가라.

친구와 사랑하던 사람이 너를 버려도

산은 너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끼리는 못 할 말이 있어도

산과 마주 앉으면 못 할 말이 없다.

언제나 구름에다 마음을 씻고

성경이나 읽으며 산에서 살라."

 

이제도 귀에 쟁쟁한

아버지의 말씀이다.

나는 오늘도 검게 흐려진 산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