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화

                                                  황금찬

꽃잎이

추억의 미소처럼

피어오르던 이 산머리에

오늘은 먼 나라의 소식같이

낙엽이 지고

 

소슬한 가을 바람은

동구밖 

이별의 옷고름 보다

더 하이얗게

휘날리고

 

전설을

퍼올리는

늙은 느티나무 가지엔

고려청자 한 조각이 걸려

말이 없고

마을 여인은

들국화 한 송이를

머리에 꽃고

산을 내려오고 있다.

 

마른 풀을 뜯는

어미소가

자주 머리를 돌리며

송아지를 불러보고

 

참새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 이 벌판에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가 적막하다.

 

저만치 통학차가 멎자

학교에서 돌아오는

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을 햇살보다 더 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