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후 감명 깊었던 시
글 수 120
가을 풍경화
황금찬
꽃잎이
추억의 미소처럼
피어오르던 이 산머리에
오늘은 먼 나라의 소식같이
낙엽이 지고
소슬한 가을 바람은
동구밖
이별의 옷고름 보다
더 하이얗게
휘날리고
전설을
퍼올리는
늙은 느티나무 가지엔
고려청자 한 조각이 걸려
말이 없고
마을 여인은
들국화 한 송이를
머리에 꽃고
산을 내려오고 있다.
마른 풀을 뜯는
어미소가
자주 머리를 돌리며
송아지를 불러보고
참새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 이 벌판에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가 적막하다.
저만치 통학차가 멎자
학교에서 돌아오는
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을 햇살보다 더 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