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와  시인

                                                 황금찬

마을의 호수는

시간  저편에서부터  있었다고-

이 호수의 물이 맑으면

마을이 행복해지고

호수가 오염되면

마을에 불행이 온다고 한다

 

이 호수에서 해가 솟고

무지개가 뜨며

별이 빛나도록

손을 씻듯이

마을 사람들은

마음을  가꾼다.

 

언제부턴가 물도 잠든 밤이면

요수(하반신은 동물이요, 상반신은 여자)가

찾아와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는다.

그가 빠뜨린 머리털은 하나까지

뱀이되어 호수를 채운다

 

그 요수가 가버린 새벽이면

시새(하반신은 사람이요, 상반신은 입이 긴 새)한

마리가 날아와

아침이 밝기전에

긴 부리로 독충들을 물어 땅에 던진다.

독충들은 공기와 접하면

금시에 전신이 녹아버리고 만다.

 

요수와

시새는 서로 저주하지 않는다

밤마다 호수는 오염되지만

아침마다

다시 살아나는 호수

마을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저 살아 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