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언덕

 

꽃잎을  따 행복의 네 잎처럼

가슴에 달아 본다.

피의 능선 전투에서

마지막 전우를 보내고

가슴에 달려진 훈장도

장미의 꽃잎이었으니

 

산나리꽃에서  날개를 쉬던

전우의 모습같이 생긴 나비가

놀란 듯이 날아와

꽃잎훈장에 발을 쉬고

한나절을 보내다 날아 갔거니

 

그날의 훈장들이

전우의 가슴에 쏟아지던

오후, 태양이 포연에 졸고

냇물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장미밭에서 춤을 추던

전우들이 혼령 같은 나비들이

오늘 일제히 구름이 되어

더러는 강으로 흘렀고

더러는 하늘로 잦아졌다.

 

나는 장미의 훈장을 달고

약간의 바람에 옷깃을 날리며

허수아비처럼 거기에 섰고

적진으로 달리는 전우의 발소리는

장미의 꽃잎이

지고 있는 소리였다.

 

전우여

내 마지막 음성을

고향 동구 앞에 구름같이 뿌려주오

그리고 어머니가

내 소식을 묻거든

가슴에 장미꽃 훈장을 달고

나비가 되었다고 일러주고

보고 싶거든

뜰앞에 핀 장미꽃을 보라고도

 

이제 누가 이 장미밭에서

병들어 가느냐

누가 구름이 되고

또 누가 나비가 되려느냐

그리하여 마지막 훈장을

누가 또 장식하려는가

 

여기 장미의 무덤엔

어느 행복한 영혼이 잠들어 있을까

황산 싸움터에서

몸을 던진 불멸의 장군

그 영혼이 있을까

함박눈꽃같이 파닥거리며

백마강에 지던

백제의 여인들의 영혼이

잠들어 있을까

그들은 모두 행복하였다.

 

절망은 주검보다 크고

고독은 장미빛보다 화려하다.

이 장미의 언덕에서

전우를 생각함은

아직도 내게 그리워하는

자유가 있고 평화가 있어

몾 잊는 꽃밭이

훈장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