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기도

 

밤 예배가 끝나고 다 돌아간

빈 교회에 소녀가 앉아서

기도를 드린다.

 

소녀의 기도 소리는

맑은 물소리 같다.

또 그처럼 쉬지를 않는다.

 

주여!

꽃이 피는 봄이 오듯이 이 땅에도

은혜를 내리어 주십시오

가난과 불안과 불목과 시기와

불신과

이렇듯이 탁류의 흐름속에서

우리들을 건네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에게

통일과 화목을 주십시오

주여!

이 소녀에게 청결과 신앙을 주십시오.

교회 밖에는 봄바람이 불고 있다.

달을 받아 배꽃이 더욱 희고

이름 없는 지엮에서

이 밤에 꽃잎이 질 것이다.

 

소녀는 향불이다.

향불이다.

향목이 타듯이 타고 있다.

소녀의 기도는 파란 빛깔

모두 잠들어 자는 이 밤에

소녀는 기도를 드리고 있다.

 

향연이 다 오르고 나면

남은 것은 재뿐이다,

소녀는 마지막 기도를 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