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후 감명 깊었던 시
글 수 120
소녀의 기도
밤 예배가 끝나고 다 돌아간
빈 교회에 소녀가 앉아서
기도를 드린다.
소녀의 기도 소리는
맑은 물소리 같다.
또 그처럼 쉬지를 않는다.
주여!
꽃이 피는 봄이 오듯이 이 땅에도
은혜를 내리어 주십시오
가난과 불안과 불목과 시기와
불신과
이렇듯이 탁류의 흐름속에서
우리들을 건네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에게
통일과 화목을 주십시오
주여!
이 소녀에게 청결과 신앙을 주십시오.
교회 밖에는 봄바람이 불고 있다.
달을 받아 배꽃이 더욱 희고
이름 없는 지엮에서
이 밤에 꽃잎이 질 것이다.
소녀는 향불이다.
향불이다.
향목이 타듯이 타고 있다.
소녀의 기도는 파란 빛깔
모두 잠들어 자는 이 밤에
소녀는 기도를 드리고 있다.
향연이 다 오르고 나면
남은 것은 재뿐이다,
소녀는 마지막 기도를 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