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후 감명 깊었던 시
황금찬
모국어는
영원한 우리들의 고향이다
그리고 한글은 그 고향의 집이다.
하늘의 뜻을 받아
우리의 고향에 집을 지으신 분께
나는 영원히 감사를 드린다.
삶의 이치와
영혼의 말을 꽃처럼 피워내는
태양 같은 글이 바로
한글이다.
생활의 도구로서의 말과 글이 아니다
삶이 강이 되고 다시 바다가 되고
또 산맥이 된다
모국어다. 우리의 한글이다.
나는 한평생 모국어로 살았고
겨레의 음성과
역사의 흐름도
이 고향에서, 정든 집에서 찾았노라.
우리는 36년간
고향과 고향의 집을 지키기 위해
하늘의 칼을 들고
목숨을 걸다 구름이 되고만
우리들의 의인들을
또 하나의 고향의 집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들의 모국어는
생명이요, 영혼이고, 고향이다.
그리고 한글은 고향의 집이요
강이요, 숲이요, 구름이요, 꽃이다.
지금 그는 어찌되었을까.
43년 동경 신주꾸
작은 우리의 책방에서
최현배님의 《우리말본》을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그를
성도 이름도 고향도 모르면서
그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그는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알고 싶구나.
아버지와 어머님이
내게 가르쳐 주시던
모국어와 한글
그 말 속엔 어머님의 음성과
한글 안엔 아버지의 음성이
지금도 숨쉬고 있다.
모국어는 영원한 우리들의 고향이요
한글은
그 고향의 자랑스러운
사랑의 집이다.
출처 : 황금찬 『물새 꿈과 젊은 잉크로 쓴 편지』, 서울 : 혜화당, 1992, 9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