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역

 

기다리는 마음으로

지하철 역에 선다.

1985 년의 아침을

객실마다 가득히 실고

달려오고 있었다.

 

찬란하게 채색한

사랑의 꽃바구니

지하철은 땅속을 나르는

도시의 비둘기  비둘기.

 

새로 열려오는 세대 앞에

우리들의 향토는

여기에 있느니

문을 열어라.

그리고 산울림처럼 뻗어가는

형제같은 1 호선 2 호선

 

5월의 장미꽃을

가슴에 달고

달려와 오누이처럼 다정할

3 호선과 4 호선

그리하여 지하철의 시대가

서울에도 열리고 있다.

 

사랑할까.

그 사랑의 결실을 위하여

지하철 역으로 오라

그것은 저 파리도 아니고

영국의 어느 도시도 아니다.

지금 우리 앞에 열려있는

서울의 을지로 메아리

열려있다.

보석의 문은 항시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