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김소엽        낭송: 김경영

가을이 되면
지난날 그리움을
황혼처럼 풀어놓고
나는 떠나리라
나뭇잎이 가지 위에서
미련없이 떠나가듯
당신의 가난한 사랑에서
소리없이 떠나리라

가을이 되면
황금 들녘을 지나
물색 하늘에 닿으리라
떨리는 음향
빛고운 노을 지나
하늘이 쏟아져 내리는 그곳까지
바람에 날려도 좋으리
당신 가슴에
가을하늘 한자락 옮겨
울릴 수 있다면

가을이 되면 섧디 섧은 몸
종추되어 울리리
몸은 언제나 술푸고
정신은 낙엽처럼 외로운 것

가을이 되면
낙엽지는 숲으로 가리
낙엽져 눈내리는 가을 숲에 서서
가버린 사람을 추억하노니
사랑이여, 떠날 때가 되면
나뭇잎이 가지위에서
떠나가듯
나 또한 그렇게 떠나겠지만
우리 지순했던 사랑만은
열매로 남겨두련다

낙엽의 꿈은
대지의 품에 돌아와
죽어서 다시 사랑을 싹틔울
생명의 봄을 꿈꾸나니
비로소 누리의 평안과 안식이여

가을이 되면
낙엽지는 숲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배우련다
되도록이면 단풍비 눈내리는
서럽도록 아름다운 이별의 때를 택래서
지고한 정신의 알맹이만남겨
사랑의 종추가 되리라
대지에 종울리듯
당신의 겨울나무 표피같은
단단한 영혼 흔들어 깨울 수만 있다면

가을이되면
지난날 그리움을
황혼처럼 풀어놓고
나는 떠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