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홍금자           낭송-

내 어릴적 우물에는
어둠을 삼키는 거울이 있었다.
키가 모자란 아이가
뒤꿈치를 세우고
허리를 반쯤 넣어
까만 얼굴의 자신을 만난다.
 
유난히 하얀 이가 빛나던
단발의 계집애
파란 하늘이 구름이 그리고
커다란 꿈이 가득 고여
출렁이던 우물속의 그림들
 
두레박을 깊게 내려본다.
오래된 밧줄에 걸린
목마른 그리움 하나
허리디스크로 결박된
절뚝이는 오른 발이
허청이는 우물을 맴돌며
유년의 아이를 건져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