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김소천      낭송/설훈

내가 꺽어 온 산나리 꽃을 받아들고
어머니는 가만히 생각에 잠기십니다.

어머니께서도 나 같은 시절이 있었을 거예요
여름 방학이면 곧잘 산에 올라
꽃을 따며 마을을 내려다보시던 그런 시절이.

그러나, 어머니가 보시면 그 때 마을엔
움막도 판잣집도 없었을 게고,
지프차와 트럭의 먼지도 일지는 않았을 거예요.

내가 인제 어른이 되어
어린 내 동생이 껏어다 주는
산나리 꽃을 받아 들 그 무렵엔
마을의 판자집도 다 없어지고
지프차의 먼지도 일지 않는
그런 조용한 마을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