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나라음악큰잔치 7월28~29일 몽골서

“몽골 초원에 가서 크게 북이라도 치고 오자는 뜻입니다. 중국이 동북공정이다 뭐다 해서 고구려뿐만 아니라 발해까지도 자기네 역사로 아우르려고 하잖아요. 예로부터 중국문화권과 가장 많이 부딪혀 온 게 동이문화권인데, 그걸 지켜내자는 함축성 있는 행사가 될 겁니다.”

지난해 사할린·베트남 공연에 이어 올해 3번째를 맞는 나라음악큰잔치(옛 국악축전) 국외공연이 7월28~29일 몽골 울란바토르 복드산, 국립공원 테를찌, 몽골오페라극장 등에서 ‘초원의 영고 대회’라는 이름으로 펼쳐진다. ‘오 바이칼 흥안령! 부여여, 영고여!’라는 슬로건을 부제로 달고 있는 이번 대회의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명희(67)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은 이번 행사가 중국의 팽창적 역사관에 저항하는 의미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나라음악큰잔치는 해마다 국내 공연과 함께 국외 공연을 하도록 돼 있는데, 국외 공연을 “일회성 공연보다는 통시적 역사의식을 갖는 행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부여를 넘어 고구려의 민족 투혼이 살아 숨쉬는 아시아의 중앙, 광활한 몽골 대지에서 초원의 영고대회를 펼친다”는 것이다. 올해는 몽골제국 건국 800주년이 되는 해여서 문화교류의 의미도 담고 있다.

100여명에 이르는 방문단의 면면도 화려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예능보유자인 박병천 대불대 석좌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병창 예능보유자인 안숙선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 사물놀이로 유명한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전면에 나선다. 이와 함께 박명숙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 전수천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가 몽골의 초원을 무용(왼쪽 사진)과 설치미술로 꾸밀 계획이다. 신경림, 김지하, 이근배, 김후란 등 시인과 소나무 연작의 사진작가 배병우씨 등 문화계 인사들도 동행한다.

한 위원장은 “상고시대에 우리는 유목민족과 농경민족의 전통이 섞여 있는, 선이 굵고 강건한 민족이었는데, 요즘엔 너무 미시적이고 왜소해졌다”며 “이런 행사를 통해 예전의 기개를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02)760-4696.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판소리 최고령 한승호 명창 내달 중순 러시아 공연

국내 판소리계 최고령인 한승호(82) 명창(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이 오는 7월11~18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국악 공연을 한다. 한승호 명창은 전설적인 소리꾼 송만갑, 이동백, 임방울로부터 직접 소리를 배운, 우리 판소리의 중시조로 평가받는 사람이다. 극적인 요소를 목소리를 표현하는 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지난 2003년 뇌출혈로 쓰러졌던 그가 건강을 회복해 다시 무대에 선다는 소식만으로도 소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기쁜 소식이다.

그는 “140여년 동안 유랑과 정착을 반복하며 대륙의 이곳저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고려인들이 이제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거의 상실해 가고 있다”며 “그런 와중에서 자체적으로 풍물패를 만드는 등 민족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동포들이 있다고 해서 그 분들을 만나라 간다”고 말했다. 판소리 적벽가 중 일부와 심청가 중 ‘범피중류’, 창작 판소리 ‘태극기가’ 등을 그가 직접 부르며, 제자인 신성수, 이선경, 송자현, 김민숙 등이 소리와 더불어 해금, 단소, 거문고 등을 연주한다. (02)449-6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