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7일 수업은 김기림 시인의... 길 낭송을 교육받았습니다.

      길
                                            김기림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넘어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저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 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 누우런 모래 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 지를 모른다던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 내 빰의 얼룩을 씻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