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황 금 찬


기울어지는 시각
싸늘한 거리에 비가 내린다              

운명처럼 마련된 내 생존의 길 앞에
모든 문들은 잠기어 있다.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이 절박한 지대에서
나는 몸부림을 치며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는다

가슴 박히는 수없는 상처
이것은 너무 심한 장난같다                

사람은 평생을 두고
열리지 않는 문앞에서
문을 두드리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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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우리들의 삶은 문을 여는 일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다. 그 문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삶의 과제이자 통로이다. 그러나 사람이 열어야 할 문을 열지 못하면 좌절하고 만다. 그 좌절은 인생의 죽음이다. 이 시는 열리지 않은 문을 향한 몸부림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문'은 열리고 닫힌 기능을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이 작품에서 '문'은 삶의 문이라고 볼 수 있다.

화자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현재의 황량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몸부림을 치면서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러나 열리지 않은 문에 체념하고 운명을 원망한다. 이와 같이 '문'은 인생에 있어서 선택해야 할 문들, 뚫고 지나가야 할 통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 주제 : 삶에 대한 허무 의식

* 특징

    1) 성격 : 관념적, 허무적, 상징적

    2) 인생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를 '문'으로 상징하고 있음.


  황금찬 시인은 고독, 허무, 인생, 영원, 실존 등의 관념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창작 활동을 벌였으나, 쉬운 시, 일상적인 시를 쓰려고 한 작가이다. 이 작품 역시 '문'이라는 시어를 통해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 화자가 삶의 문을 찾는 과정에서 인식하는 인생에 대한 허무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내 생존의 길 앞에 모든 문들이 잠기어 있다.','문을 두드린다.' '열리지 않은 문'이란 구절은 모두 절망적인 상황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화자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 몸부림을 치며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상황을 타파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것은 너무 심한 장난 같다'라는 구절은 체념에 가까운 심정의 토로로 볼 수 있으며, 결국 '사람은 생명을 두고 열리지 않은 문 앞에서 문을 두드리다가 가는 것인가 보다'라는 운명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