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노래




작가 소개

오세영(吳世榮 1942- ) 시인. 전남 영광 출생.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 졸업 후 교사 생활을 하다가 1971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1980년에는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8년 <현대문학>에 시 “잠깨는 추상(抽象)”으로 추천 완료되었고, 1970년에는 첫 시집 <반란하는 빛>을 출간하였다. 1974~1981년 충남대학교 문과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1981~1985년에는 단국대학교 문리과대학 부교수로 재직하였다. 1985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교수가 되었고, 1998년 계간지 <시와 시학>의 주간을 맡았다. 그의 시는 한국의 전통적 시 세계를 추구하면서 자연의 깊이를 노래하고 있다. 1983년 한국시인협회상, 1986년 소월시문학상, 1987년 녹원문학상, 1992년 제4회 정지용문학상, 1992년 제2회 편운문학상, 1999년 제7회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그 밖의 작품으로 시집 <모순의 흙>(1985), <무명연시>(1986), <사랑의 저쪽>(1990),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1991), <어리석은 헤겔>(1994), <눈물에 어리는 하늘그림자>(1994), <벼랑의 꿈>(1999) 등이 있고, 시론집으로 <서정적 진실>(1983), 평론집으로 <현대시와 실천 비평>(1983), <상상력과 논리>(1991) 등이 있다.




시 전문




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 그늘 지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지도

간 데 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온 데 없다.

길 끝나 산에 들어섰기로

그들은 또 어디 갔단 말이냐.

어제는 온종일 진눈깨비 뿌리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리는 폭설(暴雪)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어제는 온종일 난(蘭)을 치고

오늘은 하루 종일 물소리를 들었다.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불교적. 전통적. 동양적

어조 : 관조와 깨달음의 자세가 나타나는 차분한 어조

제재 : 산

주제 : 주체(主體)와 객체(客體)의 대립(對立)을 넘어선 조화(調和)와 합일(合一)의 경지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불교적이고 전통적인 정신 세계를 그리려 한 작품이다. 이 시는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 또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불교의 화두(話頭)에서 사상을 이끌어 내어, 도교적(道敎的)인 무위(無爲) 사상과 동양적인 허무 의식을 결합시켰다. 시인은 이런 사상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여, 자연을 대상으로 보고 이를 정복하려 했던 서양 사상과는 전혀 다른 뿌리를 드러내면서, 인간과 자연의 대립을 넘어선 충만한 생명 의식의 개화(開花)를 나타내려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