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하여







작가 소개

김남조(金南祚 1927- ) 대구 출생. 서울대 사범 대학 국어 교육학과 졸업, 서울대 성균관대강사를 역임하였고, 1955년 이후 숙명여대 명예 교수로 재직. 1958년에 자유 문학가 협회 문학상, 1985년에 서울시 문화상, 1988년에 대한민국 예술상을 수상했고, 현재 예술원 회원. 1953년 첫 l집<목숨>을 간행하면서 본격적인 시작 활동을 했다. 전세대인 모윤숙, 노천명과 후세대인 1960년대를 잇는 교량적 역할을 담당한 여류 시인이다. 저서로는 시집으로 <목숨>(1953), <나아드의 향유>(1955),<나무와 바람>(1958), <정념의 기>(1960), <풍림의 음악>(1963), <김남조 시집>(1967), <설일>(1971), <사랑 초서>(1974), <동행>(1980), <빛과 고요>(1982), <바람 세례>(1988) 등이 있고, 그 외 수상집 10여권과 콩트집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작품 세계는 김남조는 사랑의 마음을 섬세한 감정과 고운 언어로 형상화하는데 성공한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주제는 ‘사랑`인데, 초기 시에서는 섬세한 감정과 정감으로 사랑의 그리움을 노래한 작품이 많았고, 후기 시에 와서는 그것을 종교적인 방향으로 심화시켜 나갔다. 이처럼 김남조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신에 대한 은총과 인간의 사랑, 인간주의적인 밝고 건강한 삶에 대한 예찬, 번민과 인내 등을 종교적 시각에서 승화시킨 작품을 주로 지었다.




시 전문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 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고백적. 서정적. 찬미적

제재 : 너(내 사람)

주제 : 사랑과 그리움. 사랑의 소중함

출전 : <풍림의 음악>(1963)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사랑하는 사람인 '너(내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의 소중함을 표현한 시로, 시 속에서 말하고 있는  자신의 생존 의미를 너를 향한 사랑에서 찾고 있다. 시적 화자는 독실한 신앙심을 바탕으로 하여 사랑의 대상인 '너'로 인하여 자신의 존재 이유와 행복이 있음을 고백하는 형식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의 '나의 너에 대한 사랑'은 이기적인 사랑이 아닌 너그러운 베풂의 사랑이며, 그러기에 화자는 사랑의 힘에 의하여 생의 의욕과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형식적인 면에서는 산문인 편지글과 구별하기 위해 서술형, 명사형, 호격형의 다양한 종지법(終止法)을 사용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띤다.

시의 이해를 위해 몇 군데 중요한 부분에 대한 해설을 덧붙이면 다음과 같다.

나의 밤 기도는 / 길고 /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 경건의 시간을 이용한 나의 긴 기도는 사랑하는 사람('너')를 위한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 내 사람아 : '내 사람', 곧 '너'는 빛의 이미지로 형상화된다. 빛은 밝음과 따뜻함의 속성을 지님으로써 희망과 행복 또는 영혼을 인도하는 계시적 의미를 나타낸다. 따라서 빛의 이러한 의미는 사랑하는 대상에게서 발견되는 의미로 제시되어 있다.

내 사람아 : 3연, 5연, 7연의 끝에서 각각 반복함으로써 강렬한 사랑과 여운을 느끼게 한다.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 머리를 푼다는 것은 '아무런 욕심이나 의도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의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 '달무리'는 동경의 대상, 곧 강한 그리움이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그리움에 싸여 희망과 행복을 느낀다는 뜻이다. '너'를 달무리에 비유함으로써 '눈 내리는 밤'의 정황과 관련시켜 강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오직 너를 위하여 /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 기쁨이 있단다. : 오직 너를 위하여 나의 모든 것이 존재하고, 너를 사랑함으로써 나의 삶에 기쁨이 있다. 사랑의 힘에 의해 존재를 자각하게 되고, 삶의 의욕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는 뜻으로, 사랑의 소중함이 잘 나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