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뜨거운 열기와 함께 우리를 맞이한 것은
예산의 젖줄이며 식수원인 예당호

주렁주렁 매달고 온 짐보따리를 숙소에 풀고
간단한 일정사항을 전달받고
가슴 조이던 실기 시험을 알리는 선생님의 말씀
심사위원으로는 성기조 선생님과 이수화 선생님,
그리고 김문중 선생님.
5인 일조가 되어서 순번에 따라 호명을 하면 한 사람씩 들어가
성기조 선생님께서 지목한 시를 낭송한다.
그 짧은 시간이 왜 이리 길고 숨이 막히는지..
불혹을 넘긴지도 꽤 되었건만 역시 시험은
나이와 상관없이 숨막히는 게임이다.

어려운 실기시험이 끝난 후
산너머 산이라더니 곧바로 이론 시험이 실시됐다.
역시 5인 일조로 각 방으로 배정되어
엄격한 감독선생님들의 따가운? 엄격한 감시하에
서술형으로 이루어진 5문제를 하나씩 풀어 나갔다.

얼만큼, 몇 점이나 나올까? 궁금증이 끝임없이 일어났지만
어찌됐든 힘든 과정인 시험을 치르고 나니
몸은 날아갈 듯 가뿐하다.

모두들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 입고 예당호를 바라보며 자리한
조각공원 인근 벤치로 자리를 잡았다.
그곳에는 이미 예산의 문인들이 준비한 삼계탕과 수박이
먼저 자리를 하고 푸짐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네들이 준비한 정성만큼이나 음식은 맛이 있었다.
약병아리속에 들어있는 인삼냄새에 취하고
넉넉한 인심에 취하고
물안개를 피우는 예당호에 취하고
술 한 방울 입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우리 모두는 시인의 마음으로 사랑에 취해 버렸다.

식사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제2회 시낭송회 워크삽
1부 행사는 여러 문단의 문인들이 함께 참여하여
시를 낭송하며 시낭송가협회 합창단들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2부는 본겨적인 시낭송시간
우리 시낭송가협회 지도자반들의 진가를 발휘하는 시간이다.
실기 낭송시험을 볼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어쩜 그렇게 자연스러움 속에서 당당함이 나올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만큼 대단한 위력들을 발휘하였다.
낭낭한 목소리로 시의 느낌을 살려 리듬을 타면서
사성에 의한 고저장단으로 말맛을 살리는 시낭송의 진가를 보이면서
뭇 시인들의 부러움과
호수에 산책나온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한몸에 받았다.
3부 행사는 여흥의 시간
어디서 그런 끼들이 발동했는지 무한히 쏟아놓는
시인들의 장끼자랑에 서로들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한다.

행사를 모두 마치고 숙소에 모여서
토의 시간을 가졌다.
5개월여 공부를 하면서 부족했던 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2시간 동안 밤의 깊어감도 잊은체 솔직담백한 토론을 하였다.
벌써 시계의 촛점은 새벽 1시를 넘고 있었다.
늦은 시간 아쉬움을 뒤로하며
다음날을 위하여 우리는 이야기꽃을 마쳐야만 했다.

이른 아침 예당호로 향하니 물안개가 살며시 피어 오른다.
마음껏 산의 정기와 호수의 잔잔함을 만끽하며
시골 내음이 한껏 풍기는 작은 식당에 앉아 선지해장국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이틀째인 오늘은 문화탐방의 날이다.
대원군의 부친인 남연군묘비와 묘소에 올라 성기조 선생님으로부터
짧은 묘비의 해설과 그 시대의 시대상황을 전해 들었다.
또한 서산의 마애삼존불을 찾아 잠시 마음의 경건함을 다지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시장끼가 동한다.
성기조 선생님의 단골식당에 들려 산채더덕정식으로
주린 배에 생기를 불러넣어 주었다.
감사하고 미안스럽게도 선생님께서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하여
베푸시는 사랑의 점심이다.
식후경이라 하였으니 이제 배도 불렀겠다 수덕사에 올라
잠시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땀을 식히고 불당에 참배도 하고
내려오면서 계곡물에 손도 한 번 담겨 보았다.
한 여름인데도 계곡물을 시원하기 그지없다.

그렇게 이틀간의 잊지못할 추억과 감미로운 시간을 뒤로하고
일행은 또 다른 내일이 기다리는 서울로 향했다.

            아산에서 장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