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목에서
이 용미
나뭇잎은 바람을 보았을 것이고
‘밀레’의 저녁 종엔 소리가 그려졌네
제 몸 녹이며 불 밝히는
촛대
속을 다 비워낸 북은
살짝만 건드려도
아름다운 떨림으로
멀리멀리 공명을 일으킨다
난, 어디쯤 서있나
내가 남긴 흔적들은 아름다울 수 있을까
소금이 되지 못한 바닷물이
내일을 꿈꾸듯
하늘의 분신인 노을을 붙들고
곤한 날개 다독이며
황금 들녘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