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시 - 시의 세계
시 한편 한편이 님에게 희망의 선물이 되길 소망합니다.
글 수 337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깍아 드리며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을 깍아드린다
일흔 다섯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나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 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 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깍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깍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않는다
맞 닿은 창문이
온몸을 흔들며 몸부림 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 다섯 해 동안의 된 바람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