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시 - 시의 세계
시 한편 한편이 님에게 희망의 선물이 되길 소망합니다.
글 수 337
풍랑몽
정지용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끝없는 울음바다를 안으올 때
포도빛 밤이 밀려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물건너 오딴섭, 은회색 거인이
바람 사나운 날, 덮쳐 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창밖에는 참새 때 눈초리가 무거웁고
창안에는 시름겨워 턱을 고일 때,
은고리 같은 새벽달
부끄럼성스런 낯가림을 벗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외로운 졸음, 풍랑에 어리울 때
앞 포구에는 궂은비 자욱히 들리고
행선배 북이 웁니다, 북이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