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외출

                                                       韓 善  香


달랑 빽 하나 든 여행치곤 화려한 외출인 것 같아
갈색머리 잴 바르고 마스카라 속눈썹 길게 드리운
깊은 눈 속에 백사장과 갈대꽃들의 풍경, 그녀의
바바리코트 깃 세운 배경으로 서 있었던 거야

기적소리가 그녀를 끌고 커다란 지네 한 마리 속으로 들어갔어
지네의 알들 뭉클뭉클 쏟아내고 다른 알들 집어 삼키곤 했지
그녀 빽 안엔 홀로 가는 종점의 티켓이 들어 있어
자꾸만 바닥으로 주저앉는, 시린 비에 젖은 후줄근한 마음이었지만
붉은 빗살무늬노을 알집들의 창가에
눈부시게 걸터앉아 동행해 주었고
앞가슴의 장미 그녀 얼굴에 화사한 붉은 빛을 태우고 있었어
온몸 훑고 지나가는 빛 무더기
그녀 몸 속으로 차오르는 어떤 열기가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있었지

파도 치는 그녀의 긴 스카프 출렁이는 갈대꽃들이
사각의 틀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어




약력


* 한선향         (  韓善香)
*심상으로 등단
*시낭송가,  시낭송지도자
*한국문인협회, 대구문인협회, 여성문인협회, 심상문학회
  국제펜클럽, 한국낭송협회  부회장
*공저(  시섬6집,  백양5집,  싸리울 4집,  여성문학19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