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수를 맞은 남편에게



내 청춘의 꽃잎은

고요히 타오르는 하얀 그리움과

먼 바다 회상의 배를 띄우고

심연의 마음 영혼을 가라앉히면서

오늘은

고독에다 꿈을 실어 당신께 편지를 써본다오


"우리는 어떤  부부일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는데

그 강산이 다섯 번이나 변하도록

난 진정 당신에게 성실한 아내였을까

아픔보다는 아름답고 보람 있었던 날들이 더 많았었는데......

내게 항상 봄을 기다리게 해주며 작은 일에도

고개 끄덕여주던 당신의 미소와 잔잔한  미소와 햇살과

꽃다운 젊음과 기백은 멀리 가버리고 이제 황혼을 지나

결혼47주년 벌써 당신의 희수 일흔일곱 세가  됐구려


자식을 못날지도 모른다던 나를 반려자로 선택한 당신

신혼여행 후 그 사실을 알게 된 시부모님

청천벽력같이 화를 내시며 2년동안  기다려도 자식을 못나면

우리가 앞장서서 이혼시킬테다 알겠느냐 다짐을 하시던 시댁식구들

그땐 너무너무  두렵고 무섭고 서러워 숨이 막히고 앞이 캄캄했던 순간이었다오.


그런 나에게 3개월 후 임신이란 기적같은 소식은 하늘을 날으며

천하를 다 얻은 기쁨이었지요,  당신 또한 놀라며 큰 소리로 "주님 감사합니다,

하늘이 준 선물입니다". 하며 눈물을 흘리고 난 이제 안 쫓겨나도 데는구나 하는

안도의 숨을 쉬던 순간을  기억나시오


요셉과 시몬이 태여 날때마다 너무 기뻐하며 . 여보

우리 재산목록 1호는 요셉이고,  2호는 시몬이야 정말 고맙고 수고했고 감사하오.

이젠 세상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다오,. 이제부터 내가 할일은 당신이 저 두아들 잘 키우도록

돈 많이 벌고  건강하고 성실한 가장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남편이 될거야 알았지

맹세하던 당신의  든든한 모습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오


그동안 당신의 수고와 감사가 너무 많았었는데 그 행복했던 순간을 까맣게 잊은채

세상에서 나만  아들 난 것처럼 큰소리치면서 애들한테만 신경을 쓰는 그런 어리석고

 철없는 아내로 살았네요. 정말  죄송하구려


너무 힘들고 버거운 삶의 무게에 지쳐 쳐진  당신의 모습과 손이 저리고 엉덩이뼈가

빠지도록 아프고 다리에 힘이 없어 도저히 걸을수가 없다며 지팡이에 의지한  걸음걸이

보는순간  그동안 천방지축 그늘에서 철없이 살았구려


지난해 몇 번을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넘나들며 끝내 수술실에 당신을 들여보내고

얼마나 놀라고 앞이 캄캄했는지 ,  이젠 마지막인가.  아직은 안 됩니다.

주님! 저희 가정에 하늘의 문을 열어주소서  그리고 제발  남편 안토니오를 돌려주소서. 

살아있을때 좀더 잘해줬어야 했는데 아쉬움과 후회가 너무 많아서......


수술후 회복실에서 나오면서,  "여보 미안하오"  오히려 내 눈물을 닦아주며 손을 잡는 순간

주님 감사합니다.  이젠 저 남편과 함께라면  어떠한  고통과 고난도 모든 삶의 암흑에서라도

열심히 성실하게 감사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라고 다짐했다오


지난 여름  정말 견디기 힘들었던 폭염과  심하게 바람불었던 날들과 고통과

아프고 수술받고 병원신세로 한 해를 마무리한것 같아 너무  허전하지만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어쩔수 없는 인생이고 흘러가야만 하는 운명인가 하오


이제 살아갈 날 보다 살아온 날이 많다는 걸 알고보니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얼마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살았는지 깨닫고보니  정신이 아찔하네요

이젠 내가 당신을 챙겨야만 마음이 편안함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소.

그리고 그 짐 벗어 내게 덜어 주시오. 내 잔소리는 건강할때 건강을 지키자는 거라오

내가 더 늙고 힘 없으면 이 소리도 끝이며 누가 당신 돌보나요.


여보, 우린 늙었어도 정은 아직 안 늙었지 않소. 삶이 때론 낯 설고 힘들고 신비한 것이지만

신은 목적을 갖고 당신을 내 곁에 있게 했나보오. 이제 세월이 꽃이 피고 지듯

당싱과 남은 황혼은 후회와 연만과 반성을 하면서 올 한해는 당신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반려자가 되기로 결심하리오.이젠 절때 아프지마시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