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심훈(沈薰)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鍾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六曹)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1930. 3.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