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백양동인지

 

코스모스

               우재정

 

저 몸짓으로 보내는 이별은

어떤 이별일까

 

이별 따라 함께 동행하면

어디쯤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의문부 발자국 삼아

찍고 가는 가을 나그네

 

끝나는 계절

어디쯤 목로 있어

노을 앞에 하고

뒤 돌아보면

여직도 손 흔들고 있을까

 

손 흔들며

이별로 서 있을까

 

       

 

수석을 바라보면서

 

                             우재정

 

 

수천수만 번의 물살에

씻기고 굴리고 담금질 당한

산명수려(山明秀麗)한 옹이 박힌 오석

남한강에서 수석 한 점을 올린다

 

살점 깎아가는 물살에 이리저리 굴러도

제 몸속 제 소리로 품어

향기와 소리로 살점 속에 쟁여

산수로 제 몸 드러내 보이는 해탈의 모습

 

유리창 밖으로 새 한 마리 솟구친다

 

물결이 일어설 때의 소리가 들린다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로

천년 세월이 되어버린

고요와 향기로 적립된 눈물을 본다

 

 

 

                     농막에는

                                       우재정

 

우편함엔

터질 듯이 빛바랜 사연이 얼굴을 내민다

이태동안 농막을 비우다보니

마루를 비집고 거친 잡풀과 나무들이

자기공간으로 착각하고 주인행세를 한다

 

푸른 하늘과 푸른 능선과

푸른소나무 말고도

이름 모를 나무들이 웃자란

숲으로 번져 푸르름으로 서 있다

 

주인 없는 빈집

개울물에 실려가는 풍경이 바람과 동행하며

기다리던 주인을 뒤로 하고

이별이라도 하듯 떠나간다

숲속의 정경이 가슴으로 번져

온 몸에 소름으로 돋아난다

 

처마 밑

거미줄에 햇살에 매달려 있고

우물터에 낙엽 쌓이고 낙엽사이로 샘물이 흘러간다

 

마음 속 풍경소리가

나를 불러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