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님께

 

안녕하세요? 시인님,

 

저는 시인님을 만난 20138월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윤동주 하면 암울했던 시대를 살았던 슬픈 젊은 시인, 별을 노래하는 시인으로만 알고 있다가, 지난 4월 윤동주 기념관을 가게 되면서 우수에 찬 당신의 얼굴과 가슴에 남는 슬픈 시들을 만났어요.

 

책을 읽고 날짜를 기록한 그 작은 종이에 깔끔히 쓴 동주란 글씨를 보며 시인님을 상상하기 시작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 단호한 글씨에 반했지요.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꼭 한번 그곳을 방문하라 권하고 젊은 친구들에겐 멋진 데이트 코스라 말해주었지요.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한 달이 지나지도 않아 중국 연길에 있는 윤동주 연구회와 시낭송가협회와의 MOU체결 소식을 듣고, 저는 망설임 없이 행사 참여를 결정하고 6월초 시인님과의 만남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어요.

 

올여름 무척이나 더웠지만 시와 시극을 통해 당신을 조금씩 알아가는 동안 더위도 가족도 잊고 지냈지요.

그러다 8월말 연길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예언자처럼 당신이 말씀하셨던 것을 확인하고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공감하고 돌아 왔어요. 시인님이 궁금하실까봐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어요

 

말씀대로 당신의 무덤가엔 파란 잔디가 곱게 자라 있었고 풀도 자랑처럼 무성했고,

당신의 바램대로 순이가 떠난 그 쪼그만 발자국 자리마다엔 탐스럽고 예쁜 꽃들이 피어 있는 것을 보았어요.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자문 하셨지요.

반세기가 지난 지금 당신도 다 알고 계실 거예요

우리 후손들에게 바른 정신을 심어주셨고 사람답게 사는 것을 보여주셨고

시를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셨어요.

 

연길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당신처럼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보았어요.

이젠 쓸쓸함은 사라지고 많은 사람들이 추억과 사랑과 동경과 시를 세고 있었어요.

당신이 밤마다 닦아도 파란 녹이 슬었던 구리거울도 이젠 새것처럼 반짝이며

세상과 우리들을 바르게 비쳐주고 있어요.

슬픈 사람의 뒷모습을 본 것은 아마 당신이 마지막인 듯합니다.

 

또 너는 커서 무엇이 되냐 물으셨지요.

우리 모두는 당신의 별을 사랑하는 시인이 되었답니다.

무엇인가를 잃어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나간 길에선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길 저편에서 아주 열심히 찾아내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청초한 아가씨였던 내 마음 코스모스는 옛 모습 그대로 하늘하늘 피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답니다.

슬픈 사나이 얼굴을 비추던 그 우물가엔 오늘도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오고 있고요. 그리고 따듯한 사랑 받은 웃음진 얼굴을 비추어 주고 있어요.

 

연변에 가기 전 무엇인지 그립고 답답했던 가슴이 당신이 살던 집과 명동학교 교실에서, 당신이 앉았던 책상에서 큰소리로 순이를 부르고 나니 막혔던 가슴이 편안해 졌어요.

 

어둠속에서 별을 찾아낸 것처럼

좀 늦었지만 당신의 길을 행복한 마음으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게 또 모든 생명이 있는 것을 사랑하며 씩씩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시인님 당신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당신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서 참 다행입니다.

 

일송정에 올라 목청 다해 부른 노래처럼 당신은 영원한 선지자 이셨습니다.

당신을 뒤따르는 많은 분들을 서울에서 연길에서 만났습니다.

이젠 편안하게 지내시리라 믿습니다.

당신의 그 심지 굳은 마음을 항시 기억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시를 사랑하며 저의 길을 당당히 가겠습니다.

 

                         20139월 서울에서 정선영 올림

 

(이글은 2013년 가을에 연변 윤동주연구회 홈페이지에 실렸다)



약력

  

 

정선영 (鄭善暎)

 

- : 洙賢(수현) 서울출생

- 문학시대 신인문학상 등단. 시낭송가, 시낭송 지도자

- 광진시니어낭송회 회장, 현 구의3동 주민센터 시낭송강사

- 한국문인협회, 광진문인협회부회장, 백양문학부회장

- 시집 내안의 길후백의열매’ ‘들꽃과구름’ ‘광진문학등 동인지 다수

 

 

주소 - 서울 광진구 구의강변로 64 B1504

메일 - jsysun711@hanmail.net

전화 - 010 - 4217 - 8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