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의 봄

                   장순교


무지개 빛깔 연등아래 

연륜을 말하는 느티나무 우듬지 위로

순한 잎 하늘 가린 길상사

백석이 자야에게 꺾어 주었다는 찔레꽃 흐드러졌다


길상화보살 뼈에 새겨진 긴 시간의 그리움

말 타고 돌아올 것 같던 어스름밤

굴참나무에 달빛이 어리면 그들의 그람지가 어른거린다


기구한 사랑 전설로 남은 극락전

몰래 바람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스님은 목탁소리로 넋을 달랜다

맑은 물 흐르듯 경내를 퍼지는 종소리에 

새잎이 자라고 꽃 피는 길상사의 봄은

두 사람의 사랑처럼 향기를 품고 있다


법정스님 부처님께 올린 공양으로

백석과 자야의 애달픈 사랑 승화되어 흐르고

백석의 시 한줄 만도 못하다던 대원각의 전설은 

나타샤와 당나귀처럼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영원히 찔레꽃으로 피어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