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을 보며

 

                               강인섭(박영균 낭송)


아무데서나 마주치는 앞산들을

물그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왜 내가 이땅에 태어나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야 하는가를

어렴풋이나마 알게된다.

 

해질 무렵이면

어머니 젓가슴처럼

더욱 부드러워지는 산등성이

어둑어둑해져야 더 잘보이는 그 곳에

어느 지관이 짙어둔 자리라도

있음직하다

 

가난에 쪼들릴 때는

초근목피로 허기를 달래 주었고

군화에 짓밟힐때는

야호야호! 산울림으로

겨레의 텅빈 가슴에 힘을 채워 주었던

산맥이여

 

이제 이순의 나이에

그 산줄기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아무리 가난할지라도

선비답게 살아야 한다고 타일러 주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능선

겨레의 옷맵시와 춤사위까지 정해준

산자락들이 이제사 눈에 들어온다

 

헤어진지 오래 되어도

가슴 한구석에 파편처럼 박혀있는

옛 애인의 고개숙인 모습처럼

 

앞산을 보노라면 이제 내 갈곳이

어디인가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