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

 

                                    신경림 (안송자 낭송)

 

이렇게 서둘러 달려갈 일이 무언가

환한 봄 햇살 꽃그늘 속의 설렘도 보지 못하고

날아가듯 달려가 내가 할 일이 무언가

예순에 더 몇해를 보아온 같은 풍경과 말들

종착역에서도 그것들이 기다리겠지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산역에서 차를 버리자

그리고 걷자 발이 부르틀 때까지

복사꽃숲 나오면 들어가 낮잠도 자고

소매 잡는 이 있으면 하룻밤쯤 술로 지새면서

 

이르지 못한들 어떠랴 이르고자 한 곳에

풀씨들 날아가다 떨어져 몸을 묻은

산은 파랗고 강물은 저리 반짝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