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대추나무를 바라보노라면

윤기 자르르 흐르는

내 젊은 날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린 소국을 닮은 꿈들이

내 품에 꽃다발처럼 안겨

침묵 속에 조금씩, 조금씩

영글어만 가고 있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초록의 열매 내 것으로

내 이웃의 것으로 삼고 싶었다.

 

계절마다 부는 바람, 햇볕, 

또는 빗방울 소리의

이야길 엿들으면서

달콤하게, 달콤하게

내 인생을

열매 맺게 하고팠다.

 

그 갈망들은 열매되어

장식처럼 내 몸에, 내 마음에

추억처럼 달리게 되어

달콤한 행복들은

붉은 색으로 햇살처럼 빛났다.

 

그 행복도 잠시

갑자기 대추나무에

떨어진 벼락...

 

병들어 버린 대추나무...

그래도 이름값을 하고파

나는 또 다른 삶으로

나를 만들고파

아픈 몸이지만 소망, 달콤함

그 꿈들을 향해 날마다 날마다

빨갛게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