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황금찬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석양은 먼 들녘에 내리네.
염소의 무리는 이상한 수염을 흔들며
산을 내려오네.

종을 울리네.
황혼의 묏대들이
종소리를 따라
바람에 날리는 억새꽃같이
호숫가 숲으로 날아드네.

머리에 가을꽃을 꽂은
소녀들이
언덕 위에 서서
노래를 부르네.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교회의 종소리는 우리들을 부르네,
이 석양이 지나면
또다시 우리들은
아침을 맞네.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지고
촛불 위에 눈이 내리네.
눈 위에 순록의 썰매는 달리고,
그리하여 우리들도
어제의 소녀가 아니고
오렌지 향수가 하늘에 지듯
우리들의 향기도 지리.

종이 울리네.
숲 속에서 새들이 무상을 이야기하네.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소년들은 노래를 부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