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년

김연복

 

 

거대한 계곡 그랜드 캐년

너의 주인은 어디 있는가

너의 진짜 주인 말이다

아무도 없다고 말하라

정녕 주인은 아무도 아니라고 말하라

이 시대의 인간이 감히 너의 주인이라고

그 누가 우길 수 있으랴

너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나는 지금 여기에

한 사람의 행인으로 서있노라

만일 내가 먼 지난날

여기에서 태어났다 해도

한 인간인 나는 나그네 였으리라

 

 

아아! 그러나 그랜드 캐년...

너무나도 맑게 씻긴 빈 집이여...

타오르는 열사의 태양아래

나도 조금은 그을려

붉게 탄 이마를 만진다

순간 기이하게도 네 역사의 배설물이

그리워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베링해협 너머에 있는

또 다른 대륙을 연결하는

노오란 네 역사의 배설물...

그것이 오늘날 내가 앓고 있는

열병의 신약이 될 것만 같다

내 오랜 지병의 유일무이한

처방이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