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보살님
                       허영자

보살님

누리 고즈넉이
잠든 밤
향을 돋우어
영접하옵니다

제일로 아파하는 마음에
제일로 소원하는 마음에
현신하시는
보살님

그 자비로서 이 밤을
가난한 골방
형형이 타는
한 자루 촛불빛에 납시옵니까

살피소서
사바세계의 얼룩이를
이쁨과
미움과
즐거움과
노여움

오체를 땅에 던져
몸부림 치옵거니
어지러운 번뇌는
정작 탐욕에서 비롯이라 이르십니까

한낱 티끌의 일로서
가장 가까운 것을 멀리두고
가장 정다운것에 이별하는
크낙한 눈이야 어느새 뜨리이까

견딜수 없는 일을
참고 견딤에
대낮같이 열리는 사랑의 문이라면

매향 피흐르는
머리 검은 영혼을
어느 세월에 달래보리까

바늘 구멍 만큼도 빛이 안되는
칠흙 어둠의
울음우는 여인을
함께 눈물 지우시는
대자대비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