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
                   詩.성기조


나의 삶에서 고독만 빼낸다면
어떤 모습일까?
쓸쓸함으로 지탱하던 몸은 허물어지고
지친 얼굴은 숨을 헐떡이며
힘없이 누워 바라보는 눈길은 멀다

칠흑으로 익어가는 어둠의 저쪽
내 목숨에 드리운 황혼의 그림자
때때로 지켜보면 죽음의 길을
나는 지친 듯 걷고 있다

잊어야 할 기억들을 손가락으로 하늘에 기록하고
바람처럼 살아온 나날들을 후회하며
숨은 별에서 내 모습을 찾아본다

이루지 못한 꿈이 떨어진 별자리에서
눈물지을 때
하늘만 두 손으로 움켜잡고
허전함을 그려내는 늙은 화가

침묵할 때가 되었다
지친 발걸음으로라도 더 걸어야 한다면
어둠을 이고 있는 나무 밑에
노을처럼 조용히 사라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