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과 물푸레나무]
                                 황금찬

이제는 옛날, 그보다도 먼
내 어린시절
누리동 하늘 숲속에
외딴 초막이
내가 살던 옛 집이다.

그 집 굴뚝머리에
몇십년이나, 아니 한 백년
자랐을까
큰 물푸레나무가 있었다.

바람이 불며, 비가 올때면
나뭇잎 쓸리는 소리와
비 듣는 가락이
흡사 거문고 소리 같아서
우리는 그 나무를 풍악나무라고 했다.

늦 여름이나 장마철이 되면
낮은 구름이 자주 그 나무 위에
내려앉곤 했다.

물푸레나무는 덕이 많고
그래서  어진 나무다.

어린이 새끼손가락 보다도 가는
물푸레나무는 훈장 고 선생님의 손에 들려
사랑의 회초리가 되기도 하고
아버지 농기구의 자루가 되어
풍년을 짓기도 했다.

'화열이'가 호랑이 잡을 때 쓴
서릿발 같은 창 자루도 물푸레나무였고
어머님이 땀으로 끌던 발구도
역시 그 나무였다.

물푸레나무
굳센듯 휘어지고
휘어져도 꺾이지 않고 다시 서는
어느 충신과 효도의 정신이며
성현의 사랑이다
나에게 이 물푸레나무의 이름을

다시 지으라고 한다면
나는 성현목이라고
이름하리라
물푸레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