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에 내리는 비

                                                                  심훈

뒤숭숭한 이상스러운 꿈에

어렴풋이 잠이 깨어

힘없이 눈을 뜬 채 늘어져

창밖의 밤비 소리를 듣고 있다.

 

음습한 바람은 방안을 휘돌고

개는 짖어  컴컴한 성안을 울릴 제

철 아닌 겨울밤에 내리는 비!

나의 마음은 눈물 비에 고요히 젖는다

 

이 팔로 향기로운 애인의 머리를 안고

여름밤 섬들에 듣는 낙수의 '피아노'

즐거운 속살거림에 첫 닭이 울던

그윽하던 그 밤은 벌써 옛날이어라.

 

오 사랑하는 나의 벗이여!

꿈에라도 좋으니 잠깐만 다녀가소서

찬비는 객창에 부딪히는데 긴긴 이밤을

아, 나 홀로 어찌나 밝히잔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