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믕이 타는 가을 江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빗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江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다도 내보다도

그 기쁜 첫 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江을 처름 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