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江에서

                                                                 권일송

겨울이면

강물이 꽁꽁 얼어 붙었다

시름겨운 밤을 속으로 굽이치며

숨찬 가슴애피를 앓았다

시대를 멀리 거슬러 올라가서

골짜기와 산들을 휘돌아

뗏목으로 흐르던 님은

지금은 멀리가고 없는데

둑을 무너뜨린 장마때 마다

통곡을 삼키곤 했다

 

어느날 한강은

내게와서 꽃으로 피어났다

깊숙이 땅을 덮고

어름짱을 깨고

봄 풀이 우줄우줄 자라는

언덕을 손짓하며

역사의 한 복판을 소용돌이 쳤던

저 천년의 물줄기

 

지금은 여남은개가 넘는다리

애증의 굴절이 심한

개나리 산천을 더수기에 끼고

이 땅의 퐁네프의 연인들이

사랑과 인생을 속삭이는 터전에

강심은 푸르고

도심의 네온이 보석을 뿌린듯 하다

 

흐르라, 강물이여, 망각의 적막강산이여

크게도 길게도 노래하는 너의 발자국

한숨인 다리 위에도 내일의 꿈은 부풀고

우리들의 가슴엔 이별 없는 손수건의 흐느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