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
      -가을 과원에서
                        안 혜 초

보아라, 가을이 이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운 줄은
가을이 이토록
가슴 미어지게 향그러운 줄은

놀라움 다시 한번
하늘만하여
새로움 다시 한 번
하늘만하여

그리운 것들은
모두 모두
여게 모여
손짓하고 있구나

그리운 얼굴들
그리운 이름들
그리운 시간들은

한여름의 속살 데워내는
사나운 불볕
한 겨울의 뿌리마저 얼리우는
매서운 눈바람

저마다 절절이 아픈 사연일랑
마알갛게 마알갛게
다스리고서

눈과 눈을 씻게하며
가슴과 가슴을 얼게하며

오, 이제 더는
숨길 수 없는 그리움으로

이제 더는
숨길 수 없는 그리움으로

이제 더는 참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그리운 것들은
모두 모두
여게 모여
외쳐대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