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에서
                        詩/성기조

나는 풀들을 사랑한다.
풀이 풀과 더불어 푸르게 살아 가듯이
나는 풀밭에서 풀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풀은 구름과 이야기하고
지나가는 바람과 이야기하다가
잠시 몸을 피하듯 바람에 흔들려
다른 풀들을 손짓한다.

풀은 달밤이 좋아 달을 불러
영롱한 이슬을 머리에 이고
반짝이는 달빛을 나에게 선사한다.

나는 풀들을 사랑한다.
별이 빛나는 밤
바람에 밀려서 풀들은 가지런히 누워
흔들리다가 바람이 지나가면
다시 서는 풀들을 사랑한다.

밟혀도 죽어지지 않고
꺾여도 절름대지 않는
풀들을 나는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