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머니 / 신달자

어디에도 펼 곳이 없어서
둘둘 말아 가슴 밑바닥에 숨겨둔 그 꿈
어 머니 지금은 어느 곳으로 흘러
한 자락 구름이라도 되었을 까요?

구름이 되어 애끊는 비가 되어
맨몸으로 하늘에서 뛰어내려
자식의 문전에서 궂은 바람을 씻겨 가시나요

죽더라도 이거 하나는 죽을 수 없어
이 세상 어디쯤에 샘 하나로 남겨져
흐렁흐렁 낯익은 데서
물기도는 바람타고 달려가려 하시나요

아! 어머니
아직도 그 눈물 지상에 남아 있습니다
마르지 않는 은빛의 약속 촉촉히 축여서
이 자식 저 자식에게 뿌려주고 계십니다

오직 어머니 꿈 하나는
불멸의 빛으로 살아 남아서
자식의 발걸음 앞 아픈 어둠을
당신의 가슴으로 빨아들이는 일입니다

그러나
자식들은 저마다 어머니 뜨거운 심장을 들고
시린 어깨를 가리고 있습니다
어머니 이젠 냉정히 돌아서십시오
우리들도 우리들의 심장을 꺼낼 때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아, 나의 어머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