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지나 말복 날
뼈 속에 초록을 적시며
맨발로 산길을 걷는다
햇살로 익어가는 산등성이 따라
식어가는 꿈을 달구며 가는 길
저마다 한 뼘씩 커가는 걱정을 숨기며
가난한 영혼에게 말없는 인사를 나눈다
홀로 가는 산길을 누가 외롭다 하는가
휘적휘적 걷다 보면 지친 마음 맑아지고
덧없는 삶의 때도 계곡물에 씻겨 가니
이보다 더 한 시절 어느 메 있겠는가
보자는 사람도 보고 싶은 얼굴도
이미 멀리 떠나보낸 산 속에서
지친 발을 어루만지는
바람의 손길에 안겨
매미 소리로 흥을 돋우니
두어라 이내 몸
타는 놀이
부러우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