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나 보자
                               이길원

우리 아무 말도 하지 말자
사랑하는 사람아
눈빛만으로도  이미 알 수 있는 것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일랑
바람에  실리자
이미 들어 본 참새 이야기나
개구리  이야기에도
달빛에  부서지는  박꽃 처럼  웃어보자

너와  함께 숨쉬는 작은 공간
네 가슴 속  어딘가 스며들어
슬픔을 읽고 나온 숨 결을
받아 마시며
눈물의 깊이를 보고 있단다
뼈 속의 고독을 적시고 나온
나의 숨결은
우리가  바라보는 저 작은 꽃잎
옅은 살결을 적시고 있지 않니

이미 알고 있는  슬픈 이야기도 피하자
살아가는데
그렇게 많은 말이 필요한 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아
창가의 난 잎에 스치던 공기를 우리가 마시듯
그렇게 우주의  공기를  함께 나누며 살고 있다
가슴 속에 증오가 살아 있다면
그도 함께 나눌 수밖에 없는 우리들

천 마리의 학을 접던  마음으로 소망이나 접자
마주보고 눈빛 나누며  웃자
때로는 심상치 않은 서울의 공기가
우리를 아프게  해도
식당에서 차 안에서 지하  안에서
낯선 사람과도 숨을 공유하듯
그렇게 사랑을 나누며
그렇게 사랑을 전하며
하늘이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