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그릇

                             황 도 제

서로의 빛깔로
몸치장을 하면
누구를 부르고 싶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걸을 수 있음과
웃을 수 있음은
빈 그릇의 가득함

짝이 맞는 발걸음을 위해
혼자서
한참씩 걸어야 한다

서로 손을 잡고도
발이 안 맞으면
손을 놓아야지
뒤돌아보지 말고

걷는 것은
그냥 좋다

모르는 사이에
가득차 있을
빈 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