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의 주인
                      박만진



못도 머리가 있다
아니, 머리가 아니라 대가리다
가끔가다간
메뚜기이듯 방아깨비이듯
폴짝 뛰어
풀숲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오호라! 대가리, 대가리,
곧듣던 대가리들아
몇 번쯤은
망치의 말씀을 거부하라
꼭두새벽 등산을 해 온
내 모자, 방금
산에서 내려온 모자를 벗어
바람벽에 붙이며
생각을 갸울이니
둥근머리못 대가리가
나보다 내 모자를
훨씬 더 많이 쓰고는
머지않은 날에
모자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꽃무늬 바람벽의
자기라 할 것 같다


-[심상]에 발표한 작품(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작품 100만원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