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노래 (속 구룡사 시편)

                    오 세 영

한 철을 치악에서 보냈더니라.
눈 덥힌 묏부리를 치어다 보며
그리운 이 생각 않고 살았더니라.
빈 가지에 홀로 앉아
하늘 문 엿보는 산까치같이,

한 철을 구룡에서 보냈더니라.
대웅전 추녀 끝을 치어다 보며
미운 이 생각 않고 살았더니라.
흰 구름 서너 짐 머리에 이고
바람 길 엿보는 풍경같이,

그렇게 한 철을 보냈더니라.
이마에 찬 산그늘 품고,
가슴에 찬 산자락 품고
산 두릅 속눈 트는 겨울 한 철을
깨어진 기와처럼 살았더니라.



장 르 : 서정시
주 제 : 용서, 그리움, 신앙
소 제 : 산, 바람, 나무, 새
계 절 :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