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빨래를 하다
                       박만진



청계천에 능수버들이
잘 어우러진
빨래터가 있어 천만 다행이다
청계천 빨래터에서
절대로 빨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 뻔히 안다
더구나 살곶다리 아래에서
중랑천과 만나
한강으로 흐르고 흐르는,
하 맑은 청계 맑은 물소리에
눈치가 빠른,
귀가 밝은 사람들은
이미 벌써 뻔히 안다
그 얼비치는 해맑은 바닥의
버들치 피라미 송사리이듯
참뜻 환히 헤아릴 수가 있다
청계천 빨래터에서
빨래를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
그러나 마음의 빨래,
가슴속 얼룩을 지우는
마음의 빨래만큼은
모두들 살짝 눈감아 준다
청둥오리 백로 황조롱이조차
애써 모르는 체 딴청 부린다
지금 나는 거품 잘 나고
때 잘 빠지는
그리움표 빨랫비누로
마음 빨래를 하며 기꺼워하느니
청계천에 매자기 꽃창포
갯버들이 잘 어우러진
버들습지가 있어 천만 다행이다




-[열린시학]에 발표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