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회원님들...연휴의 여독에서 아직이신건 아니지요.
사과향처럼 상큼하게 오늘도 시낭송을 사랑하는 님들과 정감있는 웃음과 대화로
9월의 하루를 시작해 보았습니다.
가을 밤하늘의 별을 헤듯이
낭송의 낭랑함도 서서히 물들여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두어달 남짓한 협회의 시낭송대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선한 가을맞이와 함께 시낭송의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실 준비는 어떤가요?
오늘 시낭송반에서는 대구대학에 계시는 이기철 시인의 주옥같은 명시[가을 밤]을
함께 낭송시로 권해 드립니다.

가을 밤
                    시. 이기철
                            

나는 나뭇잎 지는 가을밤을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말에는 때로 슬픔이 묻어 있지만
슬픔은 나를 추억의 정거장으로 데리고 가는 힘이 있다.

나는 가을밤 으스름의 목화밭을 사랑한다.
울음 같은 목화송이를 바라보며 저것이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것임을 생각하고 저것이 세상에서 제일
보드랍고 예쁜 것임을 생각하고 토끼보다 더 사랑스러운
그 야들야들한 목화송이를 만지며, 만지며 내가 까 아만
어둠 속으로 잠기어 가던 가을 저녁을 사랑한다.
그땐 머리위에 일찍 뜬 별이 듣고 먼 산 오리나무 숲속에선
비둘기가 구구구 울었다

이미 마굿간에 든 소와 마당귀에 서 있는 염소를 또 나는
사랑한다. 나락을 심어 나르느라 발톱이 찢겨진 소
거친 풀 센 여물에도 좋아라 발톱이 찢겨진 소
툭툭 땅을 차고 일어서서 센 혓바닥으로 송아지를
핥을 때마다 혀의 힘에 못 이겨 비틀거리던 송아지를
나는 사랑한다 나는 일하는 소를 일하다가 발톱이 찢겨진 소를 사랑한다.

이미 단풍나무 끝에 가볍고 파 아란 짚을 매달고 겨울잠에
들어간 가을벌레를 나는 사랑한다.
그 집은 생각만 해도 얼마나 따뜻한가
수염을 곧추세우고 햇빛을 즐기며 풀숲을 누비던
여치와 버마제비를 섬들의 이른 잠을 깨우며
서릿밤을 울던 귀뚜라미를 나는 사랑한다.